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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상차림’의 세계
전시장에 가면 때론 ‘케이터링’에 한 눈이 팔립니다. 작가의 세계관과 전시의 맥락이 버무려진 다과상은 마치 전시 축소판을 보는 듯도 하죠. 그런 순간마다 깨달아요. 케이터링도 전시의 일부고, 하나의 작품이자 콘텐츠임을요. 업력 10년의 푸드 디자인 스튜디오 홈그라운드 안아라 대표는 말해요. “음식과 예술은 계층을 넘어서는 공통의 언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원초적이고 지적인 즐거움을 선사하니까요.” 전시만큼 미식을 즐기는 독자라면, 지금부터 들려주는 ‘아트 상차림’ 이야기를 따라오세요!

예술과 식문화의 다양성을 넓히며 경계 없이 활동하는 푸드 디자인 스튜디오. 맞춤 케이터링은 물론, 생활 요리 지식을 나누는 뉴스레터, 식재료와 관련 문화예술 프로그램 기획 및 진행 등 음식을 둘러싼 맛깔스런 콘텐츠로 고객과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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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 작업물을 소개하는 글을 볼 때마다 아트를 향한 애정이 듬뿍 느껴져요.
전시는 자주 못 가지만, 주위에 좋은 작업을 이어가는 예술가 친구들이 많이 있어요. 그들의 삶과 정직함, 근면함에서 비롯한 예술성, 재기 발랄함이 저의 스승이죠.
아트 신과 연결될 수 있던 배경이 있었나요?
시각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학교 다닐 때부터 예술 행사 로고와 작가의 도록 제작 등 디자인 일을 했죠. 졸업 후에는 미술 잡지에서 일하며 아티스트 친구들과 자주 교류했고요. 이들과의 모임에서 음식이 필요할 때면 제가 준비했어요. 자연스럽게 늘 아트신 안에 머물렀죠.
*안아라 대표는 음식과 요리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경리단길 장진우 식당에서 보조 요리사로 일했다. 그 후 헤드 셰프를 거쳐 독립, 아트 케이터링 사업을 시작하며 이름을 알렸다.
전시 케이터링의 ‘첫’ 무대를 기억하나요?
지금 하는 일의 시작점은 약 십 년 전쯤, 갤러리 팩토리(현 팩토리2)의 퍼블릭 프로그램이었던 <부엉학교>로 기억해요. 미술 저작권 강의에 곁들일 음식을 준비해야 했는데, 시저샐러드의 ‘원조 레시피’ 분쟁을 생각해 냈죠. 역사 속 레시피와 저의 레시피로 만든 두 가지 버전의 시저샐러드를 준비하고, 같이 먹기 좋은 음식도 만들었어요. <부엉학교> 음식을 여러 회차 마련하면서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에게 조금씩 저를 알리기 시작했죠.

뽑기공 안에 미스치프 색상의 초코 치즈 케이크, 후르츠 젤리, 자연물을 카피한 과자 등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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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간담회에 가면 종종 케이터링을 접하지만, 몰입할 시간이 충분하진 않아요. 그런데 작년 대림미술관의 미스치프 전시 때는 좀 달랐어요. 미스치프라는 그룹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묻어나 차근차근 맛보고 싶었죠. 머릿속엔 물음표가 떠다녔고요. 케이터링도 전시의 일부고, 하나의 콘텐츠라는 생각이 강하게 일었어요.
많은 주목을 받는 아티스트 그룹의 국내 첫 전시였죠. 대림미술관에서 정성을 기울였어요. 당시 담당자님이 미스치프의 색을 온전히 담길 바라셔서 1백 쪽이 넘는 미스치프 프로젝트 정리본도 공유해 주셨죠. 그들에 대해 조사하고, 프로젝트 내용을 세세히 들여다보면서 저도 팬이 됐어요. 뚜렷한 방향성을 가진 아티스트 그룹이더군요. 프로젝트를 ‘DROP’이란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 랜덤하게 무언가를 뽑아 소유하는 것, 진짜를 흉내 낸 가짜 등 그들의 작업 스타일에서 키워드를 뽑아 케이터링을 준비했어요. 만들면서 힘들기보단 아주 즐거웠습니다. 저희가 만든 뽑기 박스와 뽑기볼 등을 행사 종료 후 미술관 측에 전달했는데, 전시 이벤트에 다시 사용돼 더 뿌듯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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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이 생각하는 ‘전시 다과상’만의 매력이라면요?
아티스트가 이야기하는 바에 대해 살피고, 음식을 재료 삼아 ‘먹을 수 있는 무언가’로 전시에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이죠. 행사의 주인공은 전시이고, 음식은 환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여느 행사와 다름없지만, 만드는 이의 창의적인 제안에 더 열려 있는 편이에요.
케이터링 준비 과정에서 ‘이 전시 잘 되겠다’ 하는 감이 오기도 하나요?
행사 당일은 아주 분주해요. 전시를 보지 못하고 현장을 떠나기도 하지만, 행사 전 공유받은 기획서와 설치 모습, 공간의 흐름 등을 보면서 다시 방문하고 싶은 전시는 꼭 있었습니다. 짜임이 단단한 전시의 대부분이 흥행하곤 했어요.
여기서 잠깐! 🥑전시 케이터링 작업 과정은?
![]() “세심한 관찰과 계획, 실행이 필요한 일이에요. 전시 내용, 홍보 이미지, 담당자의 요청 사항을 살피는 논의 기간을 먼저 가져요. 식사에 방점을 두는지, 전시 내용에 딱 붙는 상차림을 원하는지를 파악하고, 메뉴를 구성해 제안하죠. 모든 세부 사항이 결정되면, 장을 보고, 새로 만든 메뉴는 팀원들과 만들고 먹어보며 테스트합니다. 이 과정에서 의뢰인이 테이스팅을 요청할 경우, 드물지만 시식회를 진행하기도 해요. 길게는 두 달, 짧게는 3일 만에 준비가 끝납니다.
홈그라운드의 작업 철학 |
작년, 남산의 카페 피크닉에서 열린 ‘한낮의 디저트 여행’ 팝업을 기억해요. 프랑수아 알라르의 사진전 <비지트 프리베> 기간에 열린 행사였죠. VIP나 언론 관계자가 아니어도 홈그라운드의 음식을 맛보고, 전시와 연계한 미식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였어요.
프랑수아 알라르는 40여 년간 여러 나라를 돌며 사적인 공간을 카메라에 담은 사진가예요. 그가 특히 애정한 그리스, 이탈리아, 프랑스를 떠올리며 싱그럽고 상큼한 그리스식 샐러드, 조르조 모란디 정물화를 닮은 미니멀 케이크, 앤틱한 문양의 크런치 소금 초콜릿으로 구성한 3단계 코스를 준비했죠. 손님들에게 하나씩 내어드리며 자세한 설명을 곁들였는데, 다들 흥미로워했어요. 다른 각도로 전시에 풍부함을 더한 것 같아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런 이벤트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 홈그라운드의 아티스틱한 작업을 전시장 밖에서 좀 더 만나보고 싶거든요. 얼마 전 도쿄 모리 미술관에서 루이즈 부르주아 전시를 봤는데, 같은 건물 레스토랑에서 루이즈 부르주아 런치와 디너 세트를 판매하더라고요. 홈그라운드가 떠올랐죠.
미술관에서 운영하는 카페테리아를 저도 참 좋아해요. 한 번쯤은 전시를 테마로 한 메뉴를 개발해 카페테리아를 운영해 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카페 피크닉으로부터 팝업 제안이 왔을 때,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 가능성을 살펴볼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다만 ‘반짝’ 운영이라는 점은 수익과는 거리가 참 멀더라고요. 미식 콘텐츠에는 꾸준한 지원과 노력만이 프로젝트에 지속성을 심어줄 수 있다는 걸 알았죠. 직접 그런 공간을 운영할 수 있는 날이 과연 올지⋯. (웃음)
홈그라운드의 포트폴리오 중 가장 각별하게 생각하는 작업을 고른다면요?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미각의 미감> 연계 프로그램인 <요리사와 함께하는 라운드 테이블>이에요. 진행자이자 요리사로 참여했는데요. 활동가, 요리사, 사회학자, 예술가를 프로그램에 초청해 도시의 음식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요리를 한다’는 행위는 저를 요리사로 보여주는 단편적인 모습일 뿐이지 전부가 아님을 깨달았어요. 덕분에 요식업이라는 분야에 갇히지 않고, 장르의 경계인으로서 폭넓게 활동할 수 있었죠.
'맛’과 ‘멋'을 세심하게 잡아내는 결과물은 타고난 재능에 더해 철저한 기획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문득 대표님 MBTI가 궁금해졌어요.
다양한 경험과 역할을 거쳐오면서 MBTI도 변하나 봐요. 지금은 ESFJ로 나오는데, 디자이너일 때는 ENFP였어요. 다양한 현상에 호기심이 동하고, 분야를 가리지 않고 관심사를 확장했죠. 그 안에서 연계성을 찾아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연습을 학장 시절부터 해왔고요. ‘맛과 멋을 다 잡았다’는 말은 제게 과분한 칭찬으로 들려요. 쉽게 만족하지 못하는 성격이라서요. 다만 팀원들과 최선을 찾아가는 과정 안에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많이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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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이면 홈그라운드가 10살이 돼요. 여전히 어렵고 고민되는 지점이 있나요?
홈그라운드의 시작부터 코로나 기간을 포함한 지금까지 케이터링에 대한 관점과 주위의 환경에 많은 변화가 생겼어요. 처음에는 창의력 발휘나 테이블 세팅에 치중했다면, 지금은 소품이나 장식이 아닌 ‘음식’으로서의 본분에 대해 정성을 쏟고 있는 것 같습니다.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 가장 어려운 점 같아요.
케이터링이 결과만 보면 근사해 보이지만, 80퍼센트 이상이 육체노동이라고⋯ 그럼에도 음식을 둘러싼 이야기를 지금까지 이어갈 수 있던 원동력은요?
원동력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가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보며 요즘 느껴요. ‘이들이 나의 원동력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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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기업과 브랜드 VIP 케이터링을 주로 맡으면서 창작 요리와 음식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실험적인 스튜디오로 운영하고 있어요. 앞으로의 홈그라운드는 또 어떻게 유연하게 흘러갈까요?
VIP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와 사회적 의미를 생각하면 늘 신중해지곤 해요. 다른 표현이 없을까 고민해 보기도 하고요. 하지만 음식과 예술은 계층을 넘어서는 공통의 언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원초적이고 지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점에서요. 그래서 저희는 특정한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일하기보다, 음식이 주는 본질적인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다루는 식재료 역시 VIP 행사와 퍼블릭 행사 간 차이가 없습니다. 음식을 통해 전달되는 편안함과 즐거움을 좀 더 오래도록 나누고 싶은 바람입니다.
최근에 한 미식 경험 중 독자들에게 공유하고 싶은 게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비어 소믈리에 ‘퍼멘티드 고스트’의 시즈널 테이스팅 코스! 맥주의 복합적인 맛과 향을 코스로 엮어주더라고요. 마치 식사를 한 것 같은 만족감이었어요. 꼭 한 번쯤 경험해 보길 바라요.
연말에 홈그라운드를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이벤트가 있을까요? 기다리고 있어요.
정확한 날짜는 미정이지만, 저에게 기분 좋은 미식 충격을 선사해 준 비어소믈리에 퍼멘티드 고스트와의 협업을 계획하고 있어요.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소식 전할게요! 홈그라운드 인스타그램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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