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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술품을
실어 나릅니다

 

[🎬키아프리즈 비하인드] 전시장의 숨은 ‘보석' 같은 인력, ‘아트 핸들러’의 존재를 아시나요? 이들의 도움 없이 우리는 ‘전시’라는 완성작과 결코 만날 수 없을 겁니다. 운송부터 보관, 설치까지, 핸들러의 손품과 발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죠. 미술품 운송사 로어아트 𝐑𝐎𝐀𝐑𝐓 전정호 매니저를 만나 그 ‘분투기’를 자세히 들어봤어요. 방송국 뒷얘기 같은 흥미진진함이 펼쳐집니다. 


 


◼️𝐑𝐎𝐀𝐑𝐓 로어아트 

뜻 맞는 동료 4명이 모여 미술품을 실어 나른 지 3년 차. 
<키아프 & 프리즈 서울>, <아트 바젤 홍콩>, <아트 부산> 등 굵직한 국내외 아트 페어는 물론이고 다양한 갤러리와 콜렉터의 미술품 운송과 포장, 설치, 보관을 책임져요. 

 

©roart

 

‘키아프리즈(키아프 서울・프리즈 서울)’가 막을 내렸어요. 덕분에 잘 즐겼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페어 전에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현장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어 중간에 한 번 더 만나 뵙게 됐네요. 설치는 페어 시작 이틀 전인 9월 2일부터였죠? 

네. 핸들러 중 일부는 <프리즈>로, 나머지는 <키아프>로 ‘같이 또 따로’ 전략으로 움직였어요. 각자 담당한 설치가 끝나면 교대하듯 1, 2층(키아프)과 3층(프리즈)을 분주히 오갔죠.  



가끔 돌발 상황도 있나 봐요. 오픈 일에 입장 대기 중이었는데, 작업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어요. ‘설치 시간이 끝났을 텐데 아직 계시는구나!’ 했죠. 

오전에 한 부스에서 급하게 그림 교체 요청이 들어왔거든요. 페어 시작했다고 저희 일이 끝나는 건 아니에요. 판매된 그림을 빼고 새로운 그림을 걸기도 하고, 부스 구성을 바꾸는 갤러리도 있어서 페어 기간 내내 교체 건이 생기죠. 갤러리가 호출하면 달려갑니다. 페어 끝나면 철수도 저희 일이고요. 

 

핸들러에게 줄자는 필수 아이템 ©roart 

 

설치 당일 핸들러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나요? 

페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아침 8시부터 설치 시작이에요. 그렇다고 8시까지 가면 되느냐 하면 아니에요. 원활한 입장을 위해서는 새벽부터 나서야 하죠. 주차 대란이거든요. 이번 키아프리즈 때는 새벽 3시쯤부터 대기했어요. 주차비만 해도 거의 몇백만 원 나오는 것 같아요 (웃음). 

업무 타임라인을 간단히 말하면 당일 8시부터 자정까지 설치하고, 다음 날 아침 8시부터 다시 시작인데요. 그전에 모여서 몇 시에 어떤 부스를 가야 하는지 등 설치 관련 회의를 해요. 밥은 도시락으로 해결하고요. 페어 시작 전날 오후 6시에서 7시 사이 작업을 마쳐요.

 

키아프리즈 2024 하역장 풍경 ©roart 

 

아트 페어와 갤러리 설치의 차이점이라면요?  

갤러리 설치 때는 주로 4인 1조로 움직여요. 평면 작업인 경우 2인 1조로 꾸릴 때도 있고요. 그런데 아트 페어는 참여 갤러리 수가 백 단위잖아요. 훨씬 많은 수의 핸들러가 필요하죠. 대형 업체부터 1인 사업자까지 다양한 인력이 투입돼요. 작품 운반도 저희 차량만으로는 불가능해서 용차(배송 재위탁을 위한 화물차) 업체를 통해 10대 정도 계약해 움직이죠. 

 

갤러리 설치가 팀플레이라면 아트 페어 설치는 연합작전 같네요. 

저희 인력만으로는 갤러리 3~4개밖에 감당하지 못할 거예요. 올해 <키아프>에 참여한 18개 일본 갤러리 대부분을 저희가 맡았는데, 미국, 홍콩, 베트남 등 다양한 국적의 핸들러를 호출해 40명 정도와 함께했어요. 

 

<프리즈> 마스터즈 섹션 설치 현장 ©roart 


아트 페어 현장에서 가장 힘든 점은 뭔가요? 

사실 그림 나르고 거는 일보다 페어장으로 진입하기까지의 과정이 정말 고되요. 설치 당일 코엑스 부근 와보시면 알 거예요. 작품 싣고 이동하는 트럭 행렬이 엄청나거든요. 시민들이 불만 품고 신고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죠. 주차장 들어가는 데만 서너 시간 걸리기도 해요. 작년에는 차가 못 들어가서 길가나 공영 주차장에 세워두고 크레이트*미술품을 운반하는 상자 나르고 그랬어요. 그래도 일단 페어장에 들어가면 한숨 돌려요 (웃음). 큰 허들은 넘은 거예요.

 

이에 앞서 세계 각국에서 작품을 들여오는 과정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항공편과 배편으로 크레이트와 컨테이너가 밀려와요. 사무실에 있는 직원들은 통관 서류와의 전쟁이죠. 통관이 완료돼 창고에 도착한 작품들은 갤러리별, 전시별로 나누는 분류 작업을 하고요. 페어 있는 달은 잠 못 잔다고 생각하고 일하죠. 

 

📸 로어아트가 <비.프레임>에 보내온 철수 현장! 

💬 <키아프> 종료 후 자정까지 철수 작업이 이어졌어요. 저희가 마지막으로 집에 갔죠. 이제 진짜  ‘끝’ 아니냐고요? 다음 날 아침 8시부터 판매된 작품과 다시 해외로 돌아갈 작품 상 ・하차 작업에 들어갔어요. 😄 

 

<키아프> 설치 현장 ©roart 


고가의 미술품을 다뤄야 하니 매 순간 긴장되지 않나요?

본격적으로 설치 들어가기 전, 팀장 핸들러가 사전 브리핑을 해줘요. 작품을 안전하게 이동시키기 위해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는 거죠. 얼마 전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의 전시품 다룰 때도 굉장히 조심스러웠어요. 미니어처 건축 모형은 살짝만 손이 닿아도 바로 부러질 수 있거든요. 오일이 덜 마르거나, 아주 살짝만 건드려도 깨질 수 있는 작품도 신경 써야 하고요. 중요한 건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조심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거예요. 

 

로어아트 제작 크레이트 ©roart

 

어떤 작가가 자기 작품을 ‘뽁뽁이(에어캡)'로 포장한 갤러리가 있었고, 화가 나서 결국 안 팔기로 했다는 글을 본 적이 있어요. 잘 모르는 분들이 보기엔 ‘뽁뽁이가 뭐가 문제야?’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에어캡으로만 포장하는 건 문제가 있죠. 작품에 자국이 남으니까요. 에어캡은 완충재로만 써요. 보통 표면이 부드러운 ‘토이론지’로 포장하죠. 아주 예민한 작품은 ‘타이벡지’를 쓰고요. 한 롤에 60만원 정도로 포장 자재 중 가장 고가인데요. 내구성이 좋아요. 물에 닿아도 젖지 않고요. 혹시 누군가 그림을 뽁뽁이로 싸준다면 빨리 집에 가져가서 풀어놓는 수밖에 없어요. 신문지 포장도 추천하지 않아요. 혹여나 그림에 습기가 있으면 신문지가 달라붙어 안 떨어지거든요.  

 

‘타이벡(Tyvek)지’로 포장하는 모습 ©roart 

 

최근 참여한 전시 중 가장 고난도 현장은 어디였는지 궁금해요. 

혹시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는 하비에르 카예하 <이곳에 예술은 없다> 특별전 보셨나요? 무게가 5~6백 킬로그램 나가는 조형 작품이 많거든요. 

 

하비에르 카예하 <이곳에 예술은 없다> 전시 전경 ©b.frame

 

이럴 땐 톤 단위의 무게를 감당하는 미니 갠트리 크레인을 쓰는데, 전시장 천장이 낮아서 장비가 들어갈 수 없었어요. 작품을 여럿이 들어 조금씩 조금씩 조심스럽게 옮겨야 했죠. 벽에 거는 피스가 버텨내질 못한 작품도 있었어요. 철물점을 돌면서 큰 피스를 구해왔죠. 일주일 정도 한국에 머무른 작가와 전시 관계자들 모두가 머리를 맞대 완성한 현장이었어요. 힘들긴 했어도 작품이 하나하나 귀여워서 꺼낼 때마다 감탄했네요 (웃음). 
 

🔺하비에르 카예하의 특별전 <No Art here>의 설치 과정을 담은 영상 

 

가장 뿌듯했던 현장이라면요? 

아무래도 아트 페어요. 저희 노력이 넓은 홀 곳곳에 닿아있잖아요. 수많은 관객이 찾아주고요. 작업 후 느끼는 희열이 가장 커요.


그 어떤 관객보다 먼저 작품을 접하기도 하죠. 제1 관람객이 되는 기분은 어떤가요?  

뿌듯하고 보람 있죠. 설치 마치면 직원들끼리 전시장을 쭉 한번 둘러봐요. ‘올해는 이런 작품들이 왔구나’ 하면서요. 

 

 <아트부산 2024> 설치 현장 ©roart 

 

이 일을 하다 보면 아트 애호가의 길로 빠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호감을 키우고 있는 단계랄까요? 사실 예전에는 이 정도로 관심 있진 않았어요. 그런데 조금씩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와, 저 그림 좋다,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직원 중에 큐레이팅 전공자는 그림을 자주 보러 다니기도 해요. 

 

주위에 잔뼈 굵은 미술품 운송 업체들이 있잖아요. 로어아트만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속도’가 아닐까 싶어요.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설치도 빠르고, 피드백이 빠르다’는 거예요. 사무실, 현장 직원 할 것 없이요. 그런 점을 클라이언트 측에서 반겨주시는 것 같아요.  

 

줄자, 크레이트, 포장지를 일러스트화 한 로어아트 캐릭터 ©roart

 

인스타그램에 진심인 것도 다른 브랜드와 다른 지점이에요. 설치 현장 사진과 함께 전시 정보, 관전 포인트까지, 정성이 대단하던데요.

원래 마케팅에 관심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열심히 하게 된 것 같아요. 처음엔 피드 작성을 직접 다 했는데, 지금은 사무실 직원이 도와주고 있어요. 저는 전시 정보와 사진 등 글 작성에 필요한 소스를 직원에게 전달하고, 꼭 들어가야 할 내용을 잡아주죠. 영상은 규모가 큰 전시의 경우 전문 촬영팀에게 맡겨요. 

 

로어아트의 성장을 위해 새롭게 시도해 보고 싶은 것이 있을까요?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나라에서 활약하고 싶어요. 최근 인스타그램 피드도 한영 버전으로 올리고, 광고 지역도 해외로 잡는 등 여러 시도를 해보고 있는데요. 그 덕에 외국인 팔로워가 많이 늘었어요. 요즘은 시간 나면 해외 운송사와 갤러리를 팔로우하고 있어요. 그들에게 저희가 홍보될 수 있도록요. 이제 시작이죠.

 

 예술품 운송사 CROZIER Hong Kong과 함께 <아트 바젤 홍콩 2024>에 참여한 로어아트 ©roart

 

오래전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전시를 통해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 설레는 마음으로 작업한다”고 적은 걸 봤어요. 현장은 늘 가슴 뛰나요? 

미술품을 나르는 일 자체는 달라지지 않지만, 현장은 매번 새로워요. 작가도, 작품도, 설치 환경도 처음 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래서 매 순간이 도전이고 배움인 것 같아요. 그 신선함과 새로움에서 에너지를 얻고요. 누군가 저희가 참여한 전시장에서 그림 감상하는 모습을 볼 때, 핸들러로서 자부심을 느껴요. 

 

키아프리즈 후, 올해 기대되는 아트 페어가 있다면요?

10월에 열리는 <디파인 서울>! 

 

 

에디터 최안나
Tag
로어아트
전시설치
미술품운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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