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Picks
exhibition
<어반브레이크> 휘잡은 4명의 아시아 작가
한여름의 왁자지껄한 아트 페스티벌 <어반브레이크>가 올해로 5회차를 맞았어요. 전보다 볼륨을 키우고, 더 다양한 작품을 불러 모았죠. 비.프레임의 눈길을 빼앗은 작가는 4명의 해외 아티스트. 아트 인프라가 넓고 단단한 일본에서, 아시아 아트 신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태국에서 발견한 작가들이죠. 서울에 안착한 그들의 작품을 <어반브레이크 2024> 현장에서 직접 만났답니다.
[b. 1995]
🇹🇭태국
가장 먼저 ‘MIWD’라는 예명에 눈이 갔어요. 그 뜻은 ‘Made It When Drunk’, 즉 술에 취해 작업한다는 말이죠. 술 덕분에 작가로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고, 작품의 스토리를 이어 나갈 수 있는 에너지 역시 ‘술’을 통해 얻는다고 해요. 그의 인스타그램 프로필엔 이런 문구가 있답니다. “made it when drunk, might sell it later!!” 파는 건 나중 일일 테니, 일단 취한 채 그리고 보자는 멘트에서 작가의 성격과 직업관이 보이는 듯하죠.

2: The Bucket
그의 그림엔 인형이 등장하곤 합니다. 갖가지 모습의 인형을 MIWD는 상상 속 ‘친구’라고 설명해요. 어려운 시기에 응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은 사람들과의 우정을 형상화한 것이죠. 특히 이번에 선보이는 신작 5점 중 4점은 벽에 인형이 붙은 그림인데요. 귀여우면서도 어딘지 이상한 점이 있지 않나요? 엉뚱하게도 낙서 가득한 길거리 벽면에 테이프로 고정되어 있으니까요.

여기엔 작가가 태어난 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시선이 숨어있어요. 그가 느끼기에 태국은 외국 예술가와 아트토이 제조업체에만 관심이 있고, 자국의 아티스트는 외롭게 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거죠. 하지만 MIWD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미래를 긍정하고, 예술을 매개로 한 우정을 옹호합니다. 길거리에 버려진 신세여도 벽에 단단히 붙은 채 행인들에게 자신을 내보이는 알록달록한 인형을 따듯하게 그리는 것처럼요.
[b. 2003]
🇯🇵일본
아마 <어반 브레이크 2024>에 참가한 최연소 작가 아닐까요? 스무 살을 갓 넘긴 이치카와 케이는 도쿄에서 활동하는 화가인 동시에 동경예술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이에요. 지금까지의 전시가 일본 내에서 이루어져 그 이름은 아직 생소했지만, 작품 이미지만은 페어장을 나선 이후에도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바닥에 널브러진 아저씨, 그리고 만화 주인공 같은 소녀 캐릭터의 조합이 궁금했거든요.

2: ‘The Room II’
작가는 슈트 차림의 남성을 ‘아키오 Akio’라고 불러요. 하루하루 정신없이 살아가지만, 마음 한편에 상실감을 떠안고 불안한 삶을 지탱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투영한 인물이죠. 반면 요술봉을 들거나 날개를 거친 소녀 캐릭터는 작가의 10대 시절의 기억에서 끄집어낸 존재예요. 여느 여자아이처럼 소녀가 영웅으로 활약하는 애니메이션 장르 ‘마법소녀물’을 보고 자란 이치카와는 그 안에 교묘히 숨겨진 우상화와 비인간성에 대한 물음을 던지죠.

작가는 “한 시대에 대한 경험을 예술가의 시각으로 남기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입체감 있게 그려진 배경과 평면 세계에서 튀어나온 듯한 캐릭터의 부조화. 모든 걸 포기한 듯 쓰러진 중년과 꼿꼿하게 선 소녀가 공존하는 어지러운 방. ‘The Room’ 시리즈는 그녀가 포착한 혼미한 세상의 축소판이 아닐까요.
[b. 2000]
🇹🇭태국
ERTHH의 작품을 처음 본 건 작년에 열린 <키아프 2023>이었어요. 관람객이 작품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작가 이름을 확인하던 광경이 생생하죠. 한국과의 인연은 이번이 두 번째. 그가 보낸 총 5점의 작품은 모두 2024년에 그린 따끈따끈한 신작으로, <어반브레이크 2024>에서 최초로 내보이는 작품들입니다. 현장에서 본 그의 작품은 작년과는 또 달랐어요. 끊임없이 자신만의 색채를 강조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더 섬세한 스토리텔링을 탐구한다는 작가의 말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죠.

2: ‘Behind the scenes’
ERTHH의 회화는 자전적 자화상과 초현실주의 사이 어딘가에 있다고 해야 할까요. 머리가 큰 꼬마로 캐릭터화된 작가가 울트라맨, 제프 쿤스의 풍선개처럼 예술·대중 문화 콘텐츠가 붙은 벽 앞에 서기도 하고, 물감과 함께 계란 껍데기 안에 들어앉아 있기도 해요. 화가로 성장한 지금까지의 시간을 반추하고, 내밀한 기억의 서랍 속 물건을 하나둘 꺼내 그림으로 재구성하는 것이죠.

작가는 주제 의식이 강하게 드러나는 동시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그림을 남기고 싶다고 했어요. 세상 사람 모두가 그와 같은 아티스트는 아닐지라도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이 있고, 기억 한구석에 자리 잡은 소중한 사물은 있었을 테니까요.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ERTHH는 어제와 오늘에 관한 대화를 넌지시 청하고 있습니다.
[b. 1994]
🇯🇵일본
소에다 나나의 작품은 수수께끼를 내는 것 같았어요. 어느 동물 혹은 사물을 캐릭터화한 것인지 짐작하기 어렵죠. 궁금한 마음을 품고 골똘히 작품을 바라봤다면, 작화 의도가 정확히 전달된 것이 맞습니다. 소에다 나나가 그려내고자 한 것은 ‘세상이 주목하지 않는 캐릭터’거든요.

화가로 활동하면서 그녀는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을 깨달았다고 해요. 세계 곳곳에서 만들어지는 캐릭터 사이에서도 위계가 있다는 것을요. 캐릭터들의 ‘권위 각축전’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행해지는 인간의 서열화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했죠. 소에다 나나는 이에 반항심을 서열 최하위에 있을 캐릭터를 상상하며 총 9점의 ‘Past Memories’를 그렸어요.

작가의 반항심은 ‘Capitol dog’으로도 이어졌는데요. 반려동물 산업에 의해 인공 번식으로 태어나는 동물이 건강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짚어보고 싶었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하고, 혹여 인공 번식으로 태어난 동물이 기형적인 외형을 하고 있더라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픈 마음으로 작품을 구상했다고 해요. 그래서일까요. ‘Capitol dog’ 속 강아지, 어쩐지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는 것 같지 않나요?

👀 작품을 만나는 곳 📅 7. 11(목)〜7. 14(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