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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심 끝에 고른 5월의 전시

 

전시 관람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언제일까요? 겉옷을 챙기지 않아도 되고, 갤러리로 향하는 화창한 날씨조차 관람의 일부가 되는 지금 아닐까요? 추상과 구상을 오묘하게 섞는 현대 미술계 거장 세실리 브라운의 첫 내한부터 꽃집을 옮겨온 듯한 노석미의 전시장, 평생 예술길만 걸어온 남매 작가의 합동 전시까지. 5월을 맞이해 열린 전시를 모았어요. 한 달이 화다닥 도망가기 전에 어서 현장을 찾아보세요!
 


 

❶

<Nana and other stories>

 

(왼쪽부터) 세실리 브라운, ‘No You For Me’, ‘Nana’ / 이미지 출처: @gladstone.gallery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되는 생존 작가 중 한 명이죠. 영국 아티스트 세실리 브라운Cecily Brown이 첫 내한 전시를 개최합니다. 작가는 거친 붓 놀림으로 배경과 대상의 경계를 허물고, 추상과 구상을 오묘하게 섞어 주목받았는데요. 이번에 선보이는 7점은 모두 서울 전시를 위해 작업했다는 사실. 전시 제목에도 등장하는 ‘나나 Nana’는 작년 뉴욕 회고전에서 공개한 2013년 작 ‘No You For Me(당신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를 재조명한 신작이에요. 몸을 파는 여인과 기다리는 손님을 묘사한 그림으로, 이전 작품보다 뚜렷한 표정과 윤곽을 지닌 인물로 변형한 점이 눈에 띄죠. 풍부한 붓 터치, 강렬한 색채, 탐스러운 표현법이 만들어내는 울림을 놓치지 말고 느껴 보세요.  
 

세실리 브라운, ‘The Sorcerer's Apprentice’ / 이미지 출처: @gladstone.gallery


주소|서울 강남구 삼성로 760 글래드스톤 갤러리
기간|4. 26~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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❷

<포에버리즘: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

 

정연두, ‘내사랑 지니' / 이미지 출처: @ilminmuseumofart


경험하지 못한 시대나 대상을 동경한 적 있나요? 그리워하는 마음이 너무 커져 현실을 지배하기도 하는 이 현상을 문화비평가 그래프톤 태너는 ‘영원주의 Foreverism’라는 용어로 설명해요. 과거의 하이라이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회를 관찰하고 영원함의 속성을 돌아보는 동시대 작가 12팀이 미술관에 모였어요. 영상, 조각, 설치, 회화 등 갖가지 방법으로 동시대 시각 문화를 검토하고 그 결과를 공유합니다. 코너를 돌면, 커튼을 젖히면 어떤 작품이 등장할까 두근거릴 정도로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작품이 가득하죠. 다만, 그 수가 많은 데다가 홀린 듯 끝까지 관람하게 되는 영상도 여럿이기 때문에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관람하길 추천해요. 입구에서 받을 수 있는 책자를 꼭 지참해 작품별로 설명도 곁들이고요. 영원주의에서 멀어지기 위한 작가의 탈출 시도는 분명 일상의 새로운 자극으로 다가올 거예요.
 

(왼쪽부터 시계방향) 송세진, ‘버섯과 명상’, 전다화의 회화, 스티브 비숍, ‘당신을 기억할 무언가’ / 이미지 출처: 비.프레임


주소|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152 일민미술관 
기간|4. 12~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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❸

<신선하고 뾰족한 가지>

 

(왼쪽부터) 노석미, ‘꽃과 화병-23, 27’ / 이미지 출처: @gallerychosun


‘언제나 언젠가 본 것을 그린다(작품 제목에서 인용)’는 화가 노석미가 꽃이 만개한 전시로 찾아왔어요. 계단을 내려서면 마치 꽃집에 온 것처럼 꽃과 화병이 한쪽 벽을 가득 메우고 있는데요. 사실 작가는 오랫동안 꽃 그리기를 주저했대요. 인공물인 그림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아낼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러다 3년 전, 나만의 꽃을 그리겠다고 다짐한 작가는 직접 화병을 골라 꽃꽂이하듯 작품을 완성하기 시작해요. 선명한 색, 붓질 몇 번으로 특징을 잡아내는 솜씨 덕에 그녀의 꽃은 방금 꺾은 것처럼 ‘신선하고 뾰족한' 향기를 뿜는 듯하죠. 들어온 문을 나서 바깥 계단을 오르면 나란히 걸린 텍스트 페인팅 시리즈를 만날 수 있는데요. ‘애쓰는 편입니다’, ‘헤어질 거라면 봄이 좋겠네요’, ‘제가 선택했나요?’처럼 혼자 중얼거릴 법한 말이 인상적이죠. 주옥같은 문구와 구불구불한 윤곽선을 따라가다 보면 지금 내 상황과 딱 맞아떨어지는 작품 하나쯤은 꼭 만나게 된답니다. 
 

텍스트 페인팅 시리즈 / 이미지 출처: @gallerychosun


주소|서울 종로구 북촌로5길 64 갤러리조선 
기간|4. 23~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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❹

<파트너스데스크>

 

홍승혜, ‘파트너스 데스크’ / 이미지 출처: @thisweekendroom_official


주택 골목 사이를 걸어 들어가면 통창 너머로 색색의 테이블이 눈에 들어와요. 전시 주인공 추미림, 홍승혜 작가 행운의 색으로 조립한 ‘파트너스 데스크'랍니다. 마주 앉는 대면용 책상을 가운데 두고 두 작가는 각자 세계를 꺼내 보이죠. 홍승혜의 조각은 거울을 사용하거나 구멍을 뚫어 주변 형상을 그대로 흡수해요. 감상 위치와 조합 방식에 따라 자유롭게 변화하고요. 거울 너머로 그림을 숨긴 듯한 추미림의 ‘Mirror Pixel’시리즈도 비추는 형상에 따라 무수한 조합을 만들어 내는데요. 필요와 취향에 따라 상대방 작업에서 닮은 점과 다른 지점을 찾아 각자의 것에 녹이기도 했다는 설명처럼, 전시는 마치 작가 1명의 개인전인 듯 조화로운 느낌이 든답니다. 서로 밀어내기도, 밀어주기도 하며 박자를 맞춘 두 작가의 연결고리가 보인달까요. 작품을 모두 감상한 뒤엔 1층에 위치한 하늘색 콜라주 작품을 다시 마주해 보세요. 지난 협업을 돌아보고 떠오른 인상을 이어 붙인 올록볼록한 작품에서 두 작가의 촘촘한 소통이 그대로 들리는 듯하거든요. 
 

(왼쪽부터) 홍승혜, ‘액자형 부조’, 추미림, ‘Mirror pixel 006’ / 이미지 출처: @thisweekendroom_official


주소|서울 용산구 한남대로42길 30 디스위켄드룸
기간|4. 12~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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❺

<MemoryHood>

 

리카르도 파사포르트, ‘Bulldog’ 시리즈 / 이미지 출처: @noblessecollection


포르투갈 신진 작가 리카르도 파사포르트Ricardo Passaporte의 국내 첫 개인전이에요. 갤러리 두 곳에서 동시에 열리는 전시는 어린 시절 경험에서 출발해요. 부모님 세대 교과서 이미지부터 리스본 문화까지 작가의 성장 과정에 영향을 미친 다양한 기억 조각을 그림으로 포착했죠. 니트를 만들어 준 어머니를 향한 존경을 표현하기도 하고 1990년대 MTV 만화 클립과 영화 스틸컷에서 영감을 받아 신작 ‘Bulldog’시리즈를 완성하기도 해요. 2미터가 넘는 커다란 작품은 실제 벽에 그린 것처럼 전시장을 압도한답니다. 에어 스프레이를 사용해 뿌옇고 흐릿한 표현법은 꿈이 현실이라고 얘기하는 듯 묘사된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는 역할을 맡고요. 어른이 된 작가가 소환한 어린 시절의 유쾌하고 순수한 모습을 멀지 않은 두 공간에서 만나보세요. 
 

리카르도 파사포르트, ‘Untitled’ / 이미지 출처: @noblessecollection


주소|서울 강남구 도산대로54길 27 두아르트 스퀘이라, 선릉로162길 13 노블레스 컬렉션
기간|4. 19~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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❻

<A New Life>

 

윤석구, ‘과일들’ / 이미지 출처: @hakgojaegallery


한평생 예술 길을 걸어 온 윤석남, 윤석구 남매의 합동 전시가 막 시작됐어요. 각자의 작품을 한곳에 모은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전시장 입구부터 반기는 알록달록한 형상은 일명 ‘천 싸기’로 일컫는 동생 윤석구의 설치작이랍니다. 그에게 천을 씌우는 건 물건에 새 생명을 부여하고 아픔을 치유하는 행위예요. 빛을 보지 못한 과거작에 무늬를 더하기도 하고, 버려진 의자나 자전거처럼 일상 소품을 화려한 패턴으로 덮기도 하죠. 꽃무늬 사과와 푹신한 대형 야채도 눈을 사로잡고요. 전시장 안쪽으로는 아시아 대표 여성주의 작가 윤석남의 드로잉이 벽을 가득 메우고 있어요. 직관적이고 간결한 색연필 그림 옆으로 짧은 글귀를 적어 넣었는데 마치 엄마의 그림일기를 읽는 듯 마음을 툭 하고 건드린답니다. 등장하는 여성은 모두 자화상으로 대개 공중에 매달려 있어요. 지상에서 딱 20센티미터 떠 있고 싶은 작가의 소망을 반영했다고 해요.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말이에요. 
 

(왼쪽부터) 윤석남, ‘외할머니’, ‘설명불가능’ / 이미지 출처: @hakgojaegallery


주소|서울 종로구 삼청로 50 학고재 갤러리
기간|4. 26~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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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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