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xhibition
피크닉처럼 다녀올 4월의 전시
피는 꽃을 들여다보듯 지나칠 수 없는 전시가 한가득한 4월. 에디터가 쏘다니며 완성한 🔖추천 목록을 공개합니다. 어떤 작품에선 멜랑꼴리한 인물이 허공을 응시하고, 어떤 작가는 온몸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여자들로 캔버스를 가득 메우고, 어떤 곳은 분홍빛 오닉스를 조각해 그 위에 하트를 띄우기도 하죠. 공통점은 혼자 봐도 둘이 봐도, 한 번 더 봐도 좋을 작품이라는 점.
❶
<뉴 노멀 유리트라>
파격적인 작품으로 현대 미술계에 이름을 남긴 영국 아티스트 듀오 길버트 & 조지Gilbert & George의 작품이 서울을 찾았습니다. ‘어려울 필요 없는 미술’, ‘모두를 위한 예술’이란 신념 아래 현대 사회에서 누구나 느낄 법한 경험을 작품에 녹여 유대감을 형성해 왔죠. 전시장 입구부터 이어지는 <뉴 노멀 픽처스New Normal Pictures>는 과장되고 비현실적인 색의 대비가 두드러지는데요. 네모난 격자로 쪼개진 이미지에서 왠지 정상인 듯 아닌 듯 낯선 기분이 들어요. 미묘하게 기울어지고 왜곡된 상황에 놓인 두 인물 때문이죠. 안쪽으로 들어가면 엽서 13장을 사각 형태로 배열한 <더 유리트라 포스트카드 픽처스The Urethra Postcard Pictures> 연작이 보일 텐데요. 모두 런던 유명 관광지와 국기가 인쇄되어 있어요. 런던에서 제작된 작품을 서울에 전시하여 두 도시를 연결하는 고리를 만들고 싶었다네요. 작가는 거대한 사진이 관람객을 내려다보는 게 좋다고 이야기해요. 실제로도 그 앞에 서면 그런 느낌이 들고요. 현대 생활상을 바라보는 듀오의 관점을 나누기 위해 건넨 초대, 응하지 않을 수 없겠죠?
주소|서울 용산구 독서당로 122-1 타데우스 로팍
기간|3. 20~5. 18
❷
<GAMECHANGER>

덴마크 작가 미에 올리세 키에르고르Mie Olise Kjærgaard의 생동감 넘치는 작품이 지금 한창 관객을 맞고 있어요. 그림 속 여자들은 자유롭게 네트를 넘나들고 짐승에 올라타 거침없이 질주해요. 작가는 온몸을 활용한 동작을 통해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틀을 깨고 만끽한 해방감을 유머러스하게 전하고 싶었다죠. 전시 제목처럼 과거 남자의 전유물이던 수렵이나 항해를 수행하며 ‘기존의 판도를 뒤집어엎는' 여자들은 팔다리를 쭉 뻗어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요. 과감한 동작과 달리 담담한 표정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요. 최대 6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캔버스를 바라보고 있자면, 상황을 주도하고 기꺼이 즐기며 온전히 나로 존재하겠다는 당당함에 짜릿한 쾌감이 느껴질 정도예요. 이 경쾌한 기운, 그냥 지나칠 수 없겠죠? 자유로운 몸짓과 마음으로 함께 움직여 보길 추천합니다.
주소|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223 파운드리 서울
기간|3. 22~5. 11
❸
<토성이 온다>

20년 가까이 인물화를 탐구해 온 작가 서동욱이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멜랑콜리’를 숨기지 않고 드러냅니다. 그런데 왜 토성이 오냐고요? 중세 의학과 점성술은 우울한 기분이 토성과 관련 깊다고 여겼거든요. 하지만, 작가는 이 멜랑콜리를 아름답게 여기고 낭만적으로 표현해요. 슬픈 영화를 보고 나면 마음이 후련해지는 것처럼 우울한 기분에 상실감을 느끼고, 공허함을 채우려 애쓰는 삶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여기죠. 그림 속 인물은 고독하게 악기를 연주하거나 빈 화면이 나오는 TV를 보고, 서로 다른 허공을 응시하는 등 하나같이 한가롭고 지루한 시간을 견디는 것처럼 보여요.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 보면 모두 나름대로 버티고 있다는 짠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달까요. 묘하게 위로받는 순간이었어요. 일상도 예술도 항상 예쁘거나 매끄럽기만 한 건 아니니까요. 누구에게나 파고드는 멜랑꼴리, 살짝 찌그러진 모습도 아름답다는 작가의 위로법은 꽤 효과가 있습니다.

주소|서울 강남구 압구정로60길 26 원앤제이 갤러리
기간|3. 16~4. 28
❹
<나는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

독특한 세계관을 만들어 현실과 허구를 가로지르는 작가 리너스 반 데 벨데Rinus Van de Velde의 볼거리 가득한 전시예요. 제목이 조금 의문스러운데요. 실제로 떠나지 않아도 상상력만 있다면 이국적인 곳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작업관을 반영한 문장이랍니다. 전시는 이야기 조각이 무의식의 꿈처럼 이어지는 두 편의 짧은 영화를 중심으로 구성돼요. 주인공은 작가 얼굴을 본뜬 마스크를 쓰고 가상과 현실, 삶과 죽음을 되풀이하며 '모두 다른 하루'를 살아요. 숨죽이고 볼 정도로 몰입도가 높은데요. 터무니없는 공상처럼 흘러가는 전개에 무엇이 진짜고 가짜인지 헷갈리죠. 참, 영화에 등장하는 장치와 소품은 전부 작가가 직접 만들었다는 사실! 실물 크기 세트장과 골판지 자동차, 미니어처 건물, 소품까지 여러 각도에서 구석구석 살펴보는 재미가 있어요. 상상력은 인간에게 주어진 재능이니, 이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리너스 반 데 벨데. 그의 여행기를 따라가며 상상력의 무한한 힘을 느껴보고 싶지 않나요?

주소|서울 종로구 율곡로3길 87 아트선재센터
기간|3. 8~5. 12
❺
<Kim Yun Shin>

1세대 한국 조각가 김윤신이 아르헨티나에서 한국으로 거점을 옮겨 꾸린 첫 전시예요. 꾸준히 매진한 목재 조각과 회화 작업 50여 점이 두 공간에 나뉘어 전시 중이랍니다. 나무의 물성을 존중하고 탐구한 대표 연작 〈합이합일 분이분일〉은 서로 다른 둘이 만나 하나가 되고, 그렇게 만난 합이 다시 둘로 나뉘어 각각 또 다른 하나가 된다는 뜻이에요. 각종 나무가 그녀의 손을 거쳐 다채로운 형태로 변하는데, 톱질을 통해 드러나는 나무 속살과 거친 껍질이 이루는 시각적 대조에 눈을 떼기 쉽지 않답니다. 뒤편에 자리한 회화는 나이프로 긁거나, 물감을 묻힌 얇은 나뭇조각을 찍어내서 완성하는데요. 채색한 목조각과 함께 바라보면 그림과 조각이 아름답게 맞닿는 순간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주소|서울 종로구 삼청로 54 국제갤러리
기간|3. 19~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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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INE>

평화로운 회화, 분홍빛 오닉스 조각과 함께 한국을 찾은 스위스 작가 이브 셰러Yves Scherer를 소개해요. ‘30세 이하 주목할 만한 유럽 예술가 3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 작가는 순진무구한 어린 시절의 낭만과 스위스 대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풍요로운 정경을 묘사하죠. 전시장 구석구석 서 있는 ‘인형을 안은 소녀’, ‘꽃반지를 끼거나 머리 위로 하트를 띄운 동상'은 최근 두 아이의 아빠가 된 작가의 가족을 향한 사랑과 헌신을 보여주고요. 조각 재료인 핑크 오닉스는 슬쩍 보면 비누처럼 보일 만큼 반투명하고 유약하게 느껴지지만, 이 섬세하고 단단한 소재를 통해 셰러는 흔들리지 않는 사랑을 다짐한답니다. 꽃 피는 봄, 소중한 사람과 스위스에서 날아온 ‘러브 앤 피스’를 온전히 느낄 기회입니다.
주소|서울 종로구 율곡로1길 37 페레스프로젝트
기간|3. 14~5. 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