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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으로 ‘진심’을 다할 때

 

[b-side] 이 아티스트가 알고 싶다! 👀
키집+브레드 읍읍+갤러리 워터마크 디렉터 송태용


 

용산구 도원동에 가면 심상치 않은 4층 건물이 솟아있습니다. 1, 2층은 디저트 카페, 3층은 편집숍, 4층은 갤러리예요. 그게 뭐가 특별하냐고요? 업태는 평범한데 콘셉트가 비범합니다. 스테이지 클리어형 RPG 게임처럼, 한 층 한 층이 쉽지 않죠. 예쁘장한 트레이 대신 회전 초밥집 컨베이어 벨트 위를 빙빙 도는 디저트는 꽤 낯설어요. 코스프레 전용숍 분위기를 풍기는 3층은 문턱 넘기가 망설여지죠. 과연 4층까지 무난히 오를 수 있을까요? 

생경한 풍경으로 손님을 맞지만 아트&컬처 신에서 3년째 존재감을 발휘하는 걸 보면 마니아층이 분명 존재한다는 거겠죠. 게임 테마파크 같은 공간을 창조해 낸 인물, 송태용 디렉터를 만나 1층부터 4층까지 뻗어있는 그의 🪐 세계관을 들여다보고 왔습니다. 

 

✅ 미리 알아 보기

 💬 About  송태용 
카페, 편집숍, 갤러리 대표이자 때로는 🧑🏻‍💻 K-직장인
👾 게임과 만화, 패션으로 점철된 학창 시절을 보냄
스마트폰보다 🌐 웹서핑을 더 자주 하고 좋아함 
세상을 🕹️ RPG, ‘롤플레잉 게임’이라고 생각함
별명은 ‘초딩선비’. 😜 초딩 기질과 😌 선비 기질이 반반 

 

"저에겐 동심이 무척 중요해요. 동심이 없었다면 이 일을 시작도 안 했을 거고, 계속할 이유도 없죠."

 

 

반가워요. 사전 질문지를 상당히 길게 보냈는데, 놀라진 않았나요? 궁금한 게 많았거든요.  

웃기게 들릴 수 있지만 학창 시절부터 인터뷰 당하는(?) 삶을 그려보곤 했어요. 나름의 답을 머릿속에 모아놨달까. 물어봐 주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렇지 말하는 거 좋아해요. 낯가림이 심해서 먼저 말 거는 건 잘 못해도 상대방이 먼저 찾아오게끔 하는 전략을 잘 짜곤 했죠. 친구 사귈 때나 사업할 때나.

 

제가 그 묘수에 낚인 거군요. 비.프레임 매거진 독자에게 각 공간을 간단히 소개해 준다면? 

1, 2층의 브레드 읍읍은 ‘먹을 수 있는 아이디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창의적인 디저트를 만들어요. 3층의 키집은 흔하지 않은 다국적 브랜드의 의류와 패션 아이템을 선보이죠. 갤러리 워터마크는 참신한 기획이 담긴 신진 작가나 브랜드의 전시장 역할을 하고요. 세 공간 모두 ‘크리에이티브’가 중요하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세 공간을 4층 건물에 층층이 꾸렸어요. 층 배정에 의도가 있나요? 

이 건물을 RPG 게임 속 스테이지로 본다면, 위층으로 갈수록 조금씩 난도가 올라가길 바랐어요. 그래서 가장 접근이 쉬운 브레드 읍읍이 1층을 차지했죠. 실제로 3, 4층은 손님들이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처음엔 약간 사이비 종교 보듯이 했어요. 하하.  

 

아이폰 모양의 버터바 ‘아이팡'

 

구석구석 해학적이에요. 배우 브래드 피트의 ‘브래드’는 카페 이름과 컵 디자인에 활용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제, 용 머그잔’의 모티브가 됐어요. 애플의 아이폰은 ‘아이팡'이라는 버터바로 재해석했고요. 평소 말장난이나 패러디를 좋아하나요? 

누구나 본능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소통 방식 같아요. 어려서부터 정의 내리기, 별명 짓기, 함축하고 비유해서 얘기하는 걸 워낙 좋아하기도 했고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혼잣말’이 되지 않도록 신경 쓰는 편이에요. 알려진 인물이나 브랜드를 디자인에 활용할 경우는 초상권이나 저작권법에 안 걸리게끔 조금씩 비틀며 선을 지키는데, 그 실험이 재밌어요. 

 

‘이제,용 머그잔’은 뜨거운 물을 부어야만 용 그림이 나타나네요? 한국은 ‘얼죽아’ 나라인데.

‘얼죽아’ 지배에 대한 일종의 반항인 거죠. 이제, 뜨아의 시대가 올 때가 됐어요. 

 

1차 물량이 완판된 ‘이제,용 머그잔’ 

 

갤러리 ‘워터마크’라는 이름에는 어떤 말장난이 담긴 거예요?

워터마크는 문서나 사진 등에 저작권 보호를 위해 삽입된 이미지를 말하죠. 그런데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물 얼룩’도 돼요. 갤러리계의 ‘물 흐리는 존재’로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영화계에서 ‘신선도’를 말하는 로튼 토마토 지수가 있어요. 점수가 높을수록(75점 이상) 신선하다 평하죠. 영화로 치면 여긴 80점 이상이랄까? 그만큼 창의적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스스로는 잘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재미있어하던 걸 쭉 해온 거니까. 어릴 때는 다들 만화나 게임 얘기하면서 웃고 떠들고, 즐거워하잖아요. 엄마한테 혼날 생각은 하지 않고. 그런데 몸집이 커지면서 주변의 시선과 반응을 지나치게 의식하기 시작해요. 누군가 제게 ‘왜 이상한 거 하냐’고 핀잔하면 반문할 수밖에요. “그런 태도, 우리가 싫어하던 거 아니야?”. 

저에겐 동심이 무척 중요해요. 동심이 없었다면 이 일을 시작도 안 했을 거고, 계속할 이유도 없죠. 키집 이름에 Kiz(kids)가 들어가는 이유이기도 해요. 

 

브레드 읍읍의 디저트는 소위 말하는 ‘인스타용’은 아니에요. 버터와 밀가루로 예쁜 척만 하지 않고, 고민을 담아 구워내죠. 갤러리 워터마크의 전시나 키집과 연계한 디저트도 그렇고요. 

카페를 담당하는 영지 사장님이 푸드 스타일링 전문이에요. 제빵사가 아니어서 오히려 더 흥미로운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쪽 세계는 음식의 컬러감을 살리기 위해 물감도 칠하고, 촉촉하게 보이도록 오일도 덧바르고 한다면서요? 전 그게 충격이었어요. 왠지 먹을 수 없을 것 같은, 촬영용 느낌을 살려보기로 한 계기가 됐달까. 

디저트 모양이 꼭 완벽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살다 보면 산전수전 다 겪잖아요. 치열한 삶의 현장은 싹둑 잘라내고, 패션 브랜드의 룩북처럼만 보이려는 건 혼자만의 웅변처럼 느껴져요. 인스타그램에서 신성시하는 디저트 카페를 지향하진 않아요. 저희는 대화를 하고 싶은 쪽이에요. 

 

 주얼리 브랜드 EZO 제품에서 영감 받은 브래드 읍읍 스페셜 쿠키

 

아까 여기서 일하는 디자이너 ynyn 님이 ‘브래드 피트가 브레드 읍읍에 등장하면 진짜 재밌을 거 같다'고 말하는 걸 들었어요. Brad와 Bread의 만남이네요?

아 맞다! 브래드 피트 팬클럽 회원들이 한 번 왔었어요. <불릿 트레인> 개봉 당시 시사회를 근처 극장에서 했나 봐요. 대화 중 ‘우리 빵오빠~’ 하는 걸 듣고 알아챘죠. 브래드 피트의 얼굴과 빵을 합성한 저희 시그니처 컵을 챙겨 드렸어요. 하하. 정말 그가 와주면 재밌는데요? 초상권 얘기도 안 나올 것 같고. 

 

  브레드 읍읍의 시그니처 컵 
사진: 비.프레임

 

세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지만, 그중 키집이 디렉터님과 가장 닮았다고 할까요? 송태용의 정체성 같아요. 

중학생 때부터 옷에 푹 빠져 살았어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옷 좋아한다고 하면 좀 이상한 애로 봤죠. 직구나 구매대행이 대중화되기 전이었는데, 친동생 그리고 동네 동생들과 일본 직구 아이템 찾는 걸 즐겨 했어요. 그렇다고 관련 직업을 가질 생각은 없었고요. 딥하고 마이너한 취미 생활 정도로만 여겼죠. 공부 열심히 해서 특목고를 갔는데, 똑똑한 애들 사이에서 전 아무것도 아닌 거예요. 생존 전략을 달리 세워야겠더라고요. 군대에 있는 2년 동안 준비해서 전역하고 한 달 뒤 바로 패션 공부를 하러 영국으로 떠났어요.

 

브랜드 셀렉트 기준은 ‘유니크'함 인가요? 키집에서 파는 의류와 액세서리는 다른 데선 본 적이 없어요. 어디서 이런 걸 구했을까 궁금증이 일죠. 

키집은 한마디로 ‘섹스 어필 너머의 패션’을 보여주는 곳이에요. 패션 좋아한다는 사람들 보면 대부분 옷을 사랑한다기보단 이 옷을 입은 자기 모습, 이 옷을 입은 나를 남이 봐주는 것에 취해 있는 게 아닌가 해요. 좋아하는 척만 하는 것 같다는 거죠. 그래서 창의력을 발휘할 틈이 없달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지갑이 열리고, ‘좋아요’ 수가 올라가는지 저 역시 모르진 않지만, 그 공식에 크게 휘둘리고 싶진 않아요. 

영국 유학 당시 코스튬 디자인을 공부해서인지 코스튬스럽게 느껴지는 옷이 많은 편인데, 코스튬은 단순히 몸을 가리는 의상이 아닌 예술적 표현의 수단이잖아요. 수요가 많진 않더라도 창의성을 지닌 옷과 액세서리를 들여오려고 해요. 

 

kizip.digital/shop

 

키집을 알리는 데 가장 도움이 된 프로젝트가 있다면요? 

걸그룹 에스파가 ‘넥스트 레벨’로 활동할 당시 모든 멤버가 한 번씩 키집의 아이템을 착용해 줬어요. 스타일리스트 김욱 실장님을 통해서였죠. 마침 Y2K 붐이 일었던 시기라 키집을 알리기에 타이밍이 참 좋았던 것 같아요. 

 

작년 9월, 일본의 ‘긴자 식스 매거진’에 소개된 걸 봤어요. 키집의 감성이 일본에도 통했는데, 기분이 어땠어요? 얼마 전 크림 Kream 입점 소식도 내심 반갑더라고요. 키집을 좀 더 가까이 만날 수 있으면 했거든요. 

유명한 숍들과 엮일 수 있어 신기하고 감사했죠. 키집이 레이아웃에서 밀리지 않았더라고요. 하하. 크림은 스니커즈 플랫폼이라 결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앞으로 뜻밖의 재미가 생기지 않을까 해요. 현재 키집의 셀렉트 브랜드인 상하이 베이스의 Grape 제품과 키집의 제작 아이템을 만나볼 수 있어요.   

 

긴자 식스 매거진에 소개된 키집(우측 상단)

 

갤러리 워터마크에서 전시할 수 있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지나요? 

‘벽에 내 그림을 걸고 싶다’ 정도의 바람이라면 더 좋은 조건의 장소가 많죠.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세심하게 고민하는 작가들과 함께하고 싶어요. 그래야 전시 의미나 성과 외에 인간적으로도 남는 게 있더라고요. 건방지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전시를 ‘숙제’처럼 생각해 주면 좋겠어요. 제가 상상한 것 이상의 답안을 보여주는 분에게 홀려버리는 것 같아요 전. 하하. 다행히 그런 적극적인 작가들을 만나 10월까지는 전시 일정이 꽉 찼어요. 

 

지금까지 대화해 보고 느낀 건 송태용 디렉터도 현대미술 작가 같다는 거예요. 

답하기 좀 어렵지만, 작가형 예술가가 있고 감독형 예술가가 있다고 생각해요. 전 후자인 것 같아요. 사업자등록증 가지고 작업하는 거죠. 사업이 작업 재료 같아요. 

 

갤러리 워터마크에서 진행한 소키장 @sokijang 작가의 전시 현장
구글에 소키장을 검색하면 ‘스키장’이 나와 그대로 전시 콘셉트로 활용했다

 

만약 개인전을 열 수 있다면 전시 제목은 뭐로 할 것 같아요? 

한다면 개인전을 구현해 줄 인력을 뽑아서 할 거 같은데⋯. 그렇다면 ‘노 패인(Pain) 노 개인(個人)’이요. 조력자의 고통 없인 제 개인전도 없을 것 같네요. 하하. 노동력이 0인 삶을 꿈꾸거든요.

 

숍 운영도 바쁜데, 일주일에 두세 번은 출근도 한다고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가요? 

인생에서 이 경험이 한 번은 필요할 것 같았어요. 작년부터 기회가 닿아 온라인 아트&디자인 플랫폼인 CAVA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해요. 지금까진 제가 일하는 방식이 정통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누군가에겐 불통이고 불친절일 수 있잖아요. 이곳을 운영한 지 3년 차인데, 점검의 필요성을 느꼈어요. 칭찬도 비판도 잘 안 들어오는 상태가 된 거 같아서요. 회사 다니며 동료나 외부 인력과의 소통을 통해 배우는 것도 있고, 제가 맡은 업무에 대한 피드백도 받으면서 경험을 쌓고 있어요. 

실제 공간 운영에도 도움이 되고 있고요.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라는 단어 아시죠? 이게 잘 안되면 욕심만 잔뜩 묻은 결과가 나와요. 필요할 때만 제가 투입되는 쿨한 접근이 가능해진 것 같아요. 

 

 송태용 디렉터가 기획에 참여한 카바 라이프 더현대 여의도 팝업 포스터 

 

혹시 브레드 읍읍, 갤러리 워터마크, 키집 중 마음이 더 기우는 쪽이 있나요? 

실제로 자주 하는 비유가 있어요. 브레드읍읍은 장남 같고, 갤러리 워터마크는 막내 같아요. 중간은 키집. 장남은 돈 벌어오고, 막내는 뭘 해도 아직까진 봐줄 수 있죠. 해마다 눈에 밟히는 자식이 다른데, 올해는 키집이네요. 내부 다지기에 힘쓰려고요. 

 

그러기 위한 필살기라면? 

키집 자체 상품만 나오는 라인업을 구상 중이에요. PB 상품 수준으로 말고요. 전 좀 더 브랜드답게 하고 싶거든요. 영화도 시리즈로 만들면 제목 뒤에 1, 2 숫자를 붙이는데 왜 브랜드에는 그렇게 안 할까요? 그래서 이름을 키집2로 할까도 해요. 제품군은 비밀이에요. 

 

본편보다 나아야 한다는 후속작의 숙명을 안고 가야 하는데, 괜찮나요? 

올해는 그런 부담을 가져야 성장할 거 같아요. 감내해야죠. 

 

이곳이 더 붐볐으면 하는 아쉬움은 없나요? 

그 점은 살짝 내려놨어요. 여기서 행하는 모든 것이 제 포트폴리오라고 생각해요. 스케치북처럼 맘껏 낙서하고 그림 그려보는 거죠. 옴니버스 영화를 예로 들면, 꼭 모든 에피소드가 사랑받을 필요는 없잖아요. 마찬가지예요. 이 건물 안의 모든 공간을 좋아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저희를 재밌어하는 분들에게 예의 바르게,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가장 듣기 좋은 반응은 뭐예요? 

웃기다! 

 


 

🗯️인터뷰에 소개된 아이템 보러 가기 

➡️ 2024 용의 해 기념 굿즈  이제, 용 머그잔 
➡️ 먹을 수 있는 아이폰 모양의 버터바 아이팡
➡️ 크림 Kream에서 만나는 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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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레드 읍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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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러리 워터마크 

에디터 최안나
사진 비.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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