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발품 팔아 다녀온 2월의 전시
유난히 짧은 2월. 흘려보내지 않으려면 틈틈이 전시 관람은 필수! 호크니가 직접 기획한 몰입형 전시부터 패턴을 입은 섬유와 일본 도예가의 도자기, 유년 시절의 기억을 돌이켜 본 단체전도 꾹꾹 담아 2월을 채워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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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ger & Closer>
20세기를 대표하는 영국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을 영상으로 만날 수 있는 전시가 한창입니다. 거대한 공간을 채운 화면과 웅장한 사운드가 그림 안으로 빨아들이는 듯한 몰입형 전시죠. 기획과 제작에 호크니가 직접 참여했다는 점이 남다릅니다. 6개 주제로 구성한 50여 분 길이의 영상은 잘 알려진 ‘수영장’ 연작부터 자연과 삶에 대한 애정, 원근법에 대한 탐구 등 60년에 걸친 그의 예술세계를 훑어요. 1백 점이 넘는 작품과 폴라로이드 사진, 아이패드 드로잉과 더불어 작품의 바탕이 된 배경 사진과 영상, 애니메이션이 쉴 새 없이 화면 위를 흐릅니다. 관객이 몰입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요소는 호크니의 나지막한 목소리예요. 스스로 전시의 도슨트가 되어 작품 세계와 관심사를 키워드로 짚으며 차근차근 설명하죠. 마침 2월 29일까지 매주 화요일엔 40퍼센트 할인가로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요. ‘자세히 들여다본 세계는 참 아름다운 곳'이라고 이야기하는 호크니를 눈과 귀로 흠뻑 느껴 보세요.
주소|서울 강동구 아리수로61길 103 라이트룸 서울
일정|~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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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Pattern>

다채로운 배경의 젊은 작가를 조명하는 갤러리 VSF에서 사만다 비트먼 Samantha Bittman의 전시를 열었어요. 뉴욕 브루클린에서 활동하는 비트먼은 직조 캔버스에 생동감 있고 기하학적인 패턴을 입히는 섬유 예술가예요. 실을 엮어 만든 무늬에 페인팅을 덧입히거나 팽팽하게 당겨진 직조 패턴 위에 늘어진 직조 패턴을 얹는 등 갖은 레이어링을 시도하죠. 특히 이번 개인전에선 신작까지 볼 수 있어요.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정면에 보이는 작업물이 전시의 주인공 비트먼의 최신작입니다. 전시 제목은 독일 섬유 예술가 애니 앨버스 Anni Albers의 1965년 저서 <직조에 관하여 on Weaving>를 오마주한 것인데요. 작품을 보면 ‘패턴에 패턴을, 또 패턴에 패턴을 더한 패턴에 관하여'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정도랍니다. 원단에서 물감으로, 다시 원단으로 이어지는 패턴의 오돌토돌한 질감은 보는 맛이 있는데요. 착시가 일어나는 순수한 시각 효과는 두 눈으로 직접 봐야 온전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주소|서울 용산구 독서당로 79 VSF
일정|~3. 2
❸
<Let it sprout beneath my skin>
홍콩 작가 플로렌스 유키 리 Florence Yuk-ki Lee가 국내 첫 개인전으로 찾아왔습니다. 최근 홍콩 풍경을 묘사한 애니메이션 ‘Park Voyage’를 홍콩국제공항 입국장과 M+ 미술관 파사드에 선보여 호응을 얻은 작가죠. 이번 전시에서는 놀이터에 대한 유년 시절 기억에서 출발한 작업을 공개해요. 보통 놀이터는 즐겁고 재미난 공간일 텐데요. 누군가에겐 외로움과 기다림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가로등이 켜질 만큼 늦은 시간까지 놀이터에서 엄마를 기다리던 작가처럼요. 그때 감정을 애니메이션, 설치, 드로잉을 통해 여러 갈래로 풀어냈습니다. 작품은 모두 ‘Topophilia’라는 주제를 공유해요. 장소를 뜻하는 ‘Topo’와 사랑을 의미하는 ‘Philia’가 결합한 말로, 공간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내는 그리스어 단어죠. 작가는 전시를 접하는 관객이 서로 다른 곳에서 왔더라도 작품을 관통하는 놀이터를 통해 추억을 나누고 공감대를 이루길 바라고 있어요.

이미지 출처: (모두) 아트사이드 갤러리
주소|서울 종로구 자하문로6길 15 아트사이드 갤러리
일정|~2. 24
❹
<원더랜드>

다수의 아트페어를 기획한 엄태근이 게스트 큐레이터로 한국, 한국계 작가 4명을 한데 모았습니다.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실마리를 찾은 전시는 찬란하고 비현실적인 원더랜드의 풍경과 닮은 신작을 소개하는데요. 각자 잊고 싶지 않은 희미한 과거를 생각하며 이상 세계의 모습을 회화와 조각으로 표현합니다. 이민자이자 여성, 어머니로서 경험한 고립과 단절을 그린 유귀미는 추억이 담긴 공간을 부드러운 색감으로 꿈처럼 묘사해요. 유화와 전통 안료, 자수를 화면에 교차시키는 켄건민은 퀴어 이민자로서의 경험과 다문화적 관점을 강렬한 이미지로 풀어내고요. 임미애는 10대 때부터 거처를 옮겨 온 그녀의 흩어진 기억과 환상을 세포를 연상시키는 동그라미로 형상화했죠. 조각가 현남은 현대 도시의 모습을 에폭시, 시멘트 등의 산업 재료를 가지고 사물로 축소해 보이는데, 화학 반응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의 거친 표면과 선명한 색이 돋보입니다. 4명의 작가가 시공간을 가로지르며 꺼내 온 경험은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기억’이라는 키워드로 묶여 관람객을 기다립니다. 전시장을 나설 즈음, 여러분의 기억은 어떤 모습일지 떠올려보면 여운이 더 길게 남을 거예요.
이미지 출처: (모두) 리만머핀
주소|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213 리만머핀
일정|~2. 24
❺
<Between Dreams and Memories>
이미지 출처: 화이트스톤 갤러리
젊은 도예가 미야코 테라쿠라의 도자기가 서울을 찾았어요. 전통 조형 기법인 핸드 몰딩으로 찰흙을 주무르는 그녀는 작품 하나에 한 달의 시간을 들여요. 여러 차례 깎고 빚으며 부드러운 곡선과 섬세한 질감을 만들어 냅니다. 아기 형상을 모티브로 한 작품을 자세히 보면 모두 조금씩 다른 눈과 표정을 하고 있어요. 하나라도 같은 작품을 만들지 않기 위한 작가의 의도입니다. 볼과 코, 입엔 장밋빛 유약을 물들여 말갛고 뽀얀 색을 강조하고요. 특히 눈매를 그리거나 눈빛을 담는 데 노력과 감정을 쏟는대요. 마치 조각에 영혼을 불어넣는 마지막 터치와 같죠. 도자기와 눈을 맞춰 바라보면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듯 생생한 느낌이 들어요.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작가의 의도가 닿은 걸까요? 혼란스러운 마음속 때마저 깨끗이 닦여 나갈 것만 같습니다.

이미지 출처: 화이트스톤 갤러리
주소|서울 용산구 소월로 70 화이트스톤 갤러리
일정|~2. 18
❻
<두산아트랩 전시 2024>
이미지 출처: 두산갤러리
2010년부터 이어진 <두산아트랩>은 시각예술과 공연 분야의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올해는 작가 김영미, 박지은, 송예환, 임정수, 정여름을 선정해 작업 세계를 주목할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작가 5인은 각자 현실에서 느낀 의문을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작품은 하나의 공통된 주제로 묶이지는 않지만 익숙한 풍경을 지나치지 않고 바라보게 하는 통로가 되어준다는 점에서 의외의 조화를 이뤄요. 미래에 대한 긴장과 기대를 표현한 김영미의 참여형 영상 작품, 전통 동양 회화 요소를 현대 시각으로 해석한 박지은의 그림, 획일화된 웹 환경을 비판한 송예환의 설치 작업, 장소에 대한 연구 결과를 재구성한 정여름의 영상, 인식 속에만 있던 존재를 구현한 임정수의 조각까지. 기존 세계를 비틀고 떼어내어 만든 ‘대체 현실’을 마주할 수 있는 곳입니다.

우: ‘임정수, 욕망이 도착했다는 소문을 들었다’
이미지 출처: (모두) 두산갤러리
주소|서울 종로구 종로33길 15 두산갤러리
일정|~2. 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