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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늙지 않는 얼굴, 아티스트의 젊은 자화상 6

물감으로 남긴 화양연화

 

혹시 자화상 그려본 적 있으세요? 화가에게 자화상의 의미는 남다릅니다. 자기를 ‘똑 닮은’ 모델을 그리는 과정이자 예술가로 살아가는 자신을 직시하는 방법이거든요. 많은 아티스트가 여러 자화상을 남겼어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울 무렵, 그들이 남긴 ‘얼굴’을 모아봤습니다.


 

1. 

22살의 렘브란트

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중학교 시절, 미술 시간 생각나세요? 교과서에 렘브란트의 그림이 빠지지 않고 등장했어요. 그리고 항상 이런 수식어가 붙곤 했죠. ‘빛의 화가’. 누가 지었는지는 몰라도 참 잘 만든 말 같아요. 그의 작품뿐만 아니라 인생 역시 빛과 어둠의 연속이었으니까요. 렘브란트는 네덜란드가 전성기를 맞은 17세기 초에 태어났어요. 부자 나라의 부잣집에서 출생한 그는 미술이라는 재능까지 타고난 ‘선택받은 자’였어요. 렘브란트는 성인이 되어서도 성공을 거듭했어요. 이렇다 할 실패 없이 당대를 대표하는 화가가 되었고요. 하지만 30대 중반이 넘어서면서 그의 삶은 서서히 젊은 시절의 영광에서 멀어져 갑니다. 아내가 죽고 난 후 외로움에 시달리고, 사치로 인한 빚에 허덕이다가 결국 파산하기에 이르죠. 그가 남긴 1백여 점의 자화상을 시대순으로 보면 점점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렘브란트의 삶을 살펴볼 수 있어요. 생기를 잃고, 지친 얼굴이 여전히 섬세한 명암 속에 고스란히 드러나죠. 자화상을 그리던 22살의 렘브란트는 알고 있었을까요. 30년 후 자신은 어떤 모습일지.

 

 

2. 

20살의 에곤 실레

Egon Schiele

서양미술사 책을 펴면 에곤 실레를 ‘빈 분리파’의 젊은 화가 정도로 표현하곤 해요. 틀린 말은 아니죠. 10대 시절부터 이미 재능을 인정받아 클림트의 눈에 띄었고, 비엔나 아트 신에서 이름을 날렸으니까요. 하지만 ‘예술 사조’라는 형식적인 분류만으로 그의 작품을 들여다보기엔 조금 무리가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보인 성에 대한 집착과 가족 문제 등의 개인사가 그를 흔들어대는 동시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나가는 ‘아이러니한’ 동력이 되었거든요. 실레는 28살 이른 나이에 세상에 뜨기 전까지 자기 모습을 여럿 그렸어요. 일그러지고, 뒤틀리고, 기괴한 표정을 짓고 있는 얼굴을요. 그런데 이 작품은 조금 달라요. 그가 비엔나 미술 아카데미를 자퇴하고 1년 후에 그린 그림인데, 저에겐 세상사에 무심한 듯하면서도 자기 확신에 찬 청년의 얼굴이 보여요. 20살의 에곤 실레는 어떤 생각을 하며 캔버스를 채워 나갔을까요.

 

 

3. 

19살의 툴루즈 로트레크

Henri de Toulouse-Lautrec

‘벨 에포크’ 하면 어떤 화가가 떠오르세요? 저는 툴루즈 로트레크가 가장 먼저 생각나요. 물랭루주의 ‘큰손’이자 파리 사교계에서 ‘인싸 중의 인싸’였거든요. 평화롭고 풍족한 시대를 가장 적극적으로 즐긴 아티스트가 바로 로트레크인 것 같아요. 하지만 잘 알려진 것처럼 성장 과정에서 큰 아픔이 있었어요.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는 사고로 인해 성장이 멈춘 아들을 그다지 사랑하지 않은 모양이에요. 공작 집안의 장남으로 인정하지 않았죠. 몸이 편치 않아 야외 활동도 쉽지 않았던 그는 10대 시절 대부분을 집에서 머무르며 그림을 그렸어요. 하지만 거울에 비친 자신을 그린 1882년은 로트레크의 인생이 가장 극적으로 변한 시점이었을 거예요. 어머니의 지원으로 파리로 이주한 해였거든요. 이곳에서 그는 반 고흐, 고갱 등의 아티스트와 교류하며 인생의 ‘벨 에포크’ 시대를 맞이합니다.

 

 

4. 

19살의 피카소

Pablo Picasso

미술사 최고의 천재를 한 명만 꼽는다면, 누가 가장 많은 표를 받을까요? 아마 피카소가 절대 순위권에서 빠지지 않을 거예요. 그는 어려서부터 자신의 천재성을 알았어요. 진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12살 때 이미 라파엘로만큼 그렸다”라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있죠. 피카소의 초기 작품을 보면 납득이 가기도 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피카소의 작품과 완전히 다른 그림을 그렸는데, 10대 소년이 해냈다고 믿을 수 없는 회화를 남겼죠. 성인기로 접어들던 1900년, 차콜로 그린 이 작품은 자신의 얼굴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몇 안 되는 그림이에요. 하지만 이듬해 친구의 자살로 작품에 우울한 푸른색이 스며드는 ‘청색 시대’가 시작되고, 점점 입체적으로 변하는 화풍을 따라 자화상을 그리는 방법도 바뀌기 시작합니다.

 

 

5. 

30살의 타마라 드 렘피카

Tamara de Lempicka

몇 년도 그림처럼 보이세요? 놀랍게도 약 1백 년 전인 1928년 작품이에요. 화가가 타고 있는 차는 지금도, 그때도 초고가 슈퍼카였던 ‘부가티’예요. 독일의 한 여성지의 표지 의뢰를 받아 탄생한 작품이죠. 레이싱 헬멧과 장갑을 착용한 채 운전대를 잡은 여성의 자화상이 잡지와 함께 공개되자마자 엄청난 주목을 받았어요. 성별에 따른 차별이 유럽에 존재하던 시절, 여성이 차를 몬다는 설정 자체가 큰 충격이었나 봐요. 작가의 이름은 폴란드 태생의 타마라 드 렘피카입니다. 러시아로 이주해 살다가 혁명이 터지면서 다시 프랑스로 거처를 옮긴 화가예요. 정치적 조건에 따라 시련이 있었지만, 렘피카는 타지 생활에 잘 적응했고, 금세 ‘셀럽’이 됐어요. 여성끼리의 사랑을 암시하는 듯한 작품을 만드는가 하면, 다른 차원에서 온 듯한 패션으로 가는 곳마다 주목받았죠. 렘피카처럼 서른 살을 산다면, 인생은 과연 어떤 맛일까요?

 

 

6. 

28살의 몬드리안

Piet Mondrian

몬드리안에 대해 놀랐던 점 두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자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 그림에 등장하는 선을 모두 손끝의 감각으로만 그려냈다는 이야기죠. 두 번째는 자화상을 남겼다는 사실이었어요. 수염을 기른 이 남자가 바로 20대 후반 시절의 몬드리안입니다. 당시 몬드리안은 인상주의의 영향을 받은 그림을 그리곤 했어요. 자화상에서도 그가 어떤 스타일을 추구했는지 읽을 수 있죠. 그러나 약 10년 후, 입체파의 그림을 접한 몬드리안은 미지의 세계로 향하기로 합니다. 차곡차곡 쌓은 예술관은 점점 단단해져 결국 마흔이 넘어 ‘브로드웨이 부기우기’ 혹은 ‘빨강, 파랑, 노랑의 구성’ 같은 20세기의 걸작을 남기죠. 그는 평생에 걸쳐 성장한 화가였어요. 익숙한 방식을 모두 버리고, 새롭게 출발했죠. 큰 용기가 필요한 결정이었을 거예요.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그의 자화상이 그래서인지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에디터 이재현
Tag
자화상
에곤실레
몬드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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