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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비.프레임이 고르고 고른 11월의 전시

 

가을은 소리 없이 찾아왔다가 예고 없이 사라지죠. 지금 이 계절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귀한 전시를 모았어요. 

 


 

❶

<Nothing is Sacred>

 

이미지 출처: @daelimmuseum


이름처럼 짓궂은 작품들이 찾아옵니다. 그 어떤 것도 신성하지 않다는 슬로건을 가지고 말이죠. 2019년에 뉴욕 브루클린에서 시작된 아티스트 콜렉티브 미스치프는 2주마다 새로운 작업물을 선보였는데, 매 작품이 화제와 논란이었죠. 빨간 아톰 부츠는 셀럽들이 앞다퉈 신어 사진을 올렸고, 사전 협의 없이 에어맥스 97을 커스텀해 예수 신발과 사탄 신발을 만들어 나이키와 법정 분쟁에 휘말렸죠. 현미경만으로 볼 수 있는 루이비통 백과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을 1백8개로 잘라 판매한 작품은 몇 배가 넘는 수익을 올렸습니다. 조각난 에르메스 버킨 백은 슬리퍼 ‘버킨’스탁이 되었고요. 하나같이 물음표를 띄우게 만드는 사건이에요. 미스치프는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대중문화와 사회적 관습을 되돌아보게 해요. 아톰 부츠엔 만화적인 것이 현실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롭게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죠. 세계를 놀이터 삼아 장난치는 악동들의 첫 전시가 서울에서 열립니다. 어쩌면 그들의 위트로 고달픈 삶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이미지 출처: @mschf

주소|서울 종로구 자하문로4길 21 대림미술관
일정|2023. 11. 10~2024. 3. 31


 

❷

<Bodil Manz>

 

이미지 출처: @gallerylvs


덴마크 도예가 보딜 만츠의 개인전이 열려요. 작가는 실용성과 장식성에 중점을 두는 전형적인 틀을 벗어나 조형예술로서의 도자를 연구하며 현대 도예사에 큰 영향을 주었죠. 기하학 도형과 경쾌한 색깔, 달걀 껍데기를 연상시키는 얇은 두께가 그녀의 대표작입니다. 빛이 들어오면 작품의 안과 밖이 만나 그림자가 되기도 하고 서로 연결된 모양을 보이기도 합니다. ‘회화 도자’가 되는 것이죠. 작가에게 ‘비침’은 도자 내외부의 장식이 하나로 인식되는 것을 뜻해요. 평면적인 드로잉이 반투명한 물성을 만나, 마치 건축 공간 구성처럼 완성되었다는 평가를 받아요. 한 작품은 4번 이상 구워진대요. 얇은 도자기가 잘 깨지지 않게 되고, 패턴을 입히는 전사지도 단단히 붙기 때문이죠. 그녀의 밝고 맑은 작품을 보고 있으면 마음도 정돈이 되는 듯합니다. 이번 전시엔 서울에서 영감을 받은 시리즈 <Seoul> 이 처음 소개돼요. 작가가 느낀 서울은 도자 위에서 어떤 아름다움으로 나타날까요?

주소|서울 강남구 도산대로27길 33 갤러리LVS
일정|10. 26~11. 23 


 

❸

<보물섬: 출몰하는 유령들>

 

이미지 출처: @museumhanmi


사진가 김신욱이 신작 <보물섬>을 발표해요. 작가는 주변을 관찰하고 정보를 수집하며 엄연히 존재하지만 직접적으로 드러나 보이지 않는 것들을 탐색해 왔어요. 이번 전시는 김신욱이 약 1년 반 동안 한반도 남단과 주변 섬을 다니며 얻은 작업물입니다. 금괴를 실은 채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한 군함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며 시작된 2018년의 사기 사건에서 출발합니다. 침몰선은 역사에 근거하지만, 실체 없는 유령과 같았죠. 작가는 과거 속 유령이 현실 세계에 나타나 움직이고 있는 것에 궁금증을 가져요. 대체 지금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 출몰하고 있는지 그 경로와 단서를 찾기 위해 작가는 소문의 근거인 러일전쟁과 태평양 전쟁의 흔적을 따라갑니다. 과연 유령은 어떤 길을 타고 현실에 도착한 걸까요?
 

이미지 출처: @museumhanmi

주소|서울 종로구 삼청로 11길 11 뮤지엄한미 삼청별관
일정|10. 13~12. 31


 

❹

<사물의 가정>

 

이미지 출처: 길종상가


길종상가와 서울의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10곳이 뭉쳤습니다. 빨강, 파랑, 초록 커튼이 두껍게 드리워진 전시 공간은 연극 무대처럼 보이기도 하죠. 이 집(House)은 열 가지 사물에 대한 재치 있는 가정(If)으로 꾸며졌습니다. 비누와 브러시로 장식된 테이블, 화장품으로 지탱되는 선반, 모공브러시가 가리키는 시계, 제 위치와 방향을 벗어난 조명처럼 사물은 엉뚱한 곳에서 별나고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죠. 모두 작가의 상상력에서 나왔어요. 가구는 종종 예상을 벗어나 구르고 삐걱대며 빙그르르 돌아가기도 하는데, 보고 있으면 영화 <미녀와 야수> 속 움직이는 사물들이 떠올라요. 전시를 기획한 박길종은 2010년부터 가상의 ‘길종상가’를 통해 가구를 만들고 인테리어와 전시 디자인을 해요. 에르메스 윈도우 디스플레이도 그의 작업물이죠. 이번 전시엔 작가가 좋아하는 데이빗 린치 감독의 <트윈 픽스> 시리즈에 대한 오마주가 있다는군요. 사물의 유쾌한 변신술은 DDP 지하 1층에서 펼쳐집니다.

 

이미지 출처: 길종상가

주소|서울 중구 을지로 281 DDP B the B
일정|10. 13~12. 12


 

❺

<REPEAT>

 

이미지 출처: @niimiii_hiroki


작가 니이미 히로키가 서울에서 첫 개인전을 합니다. SH 갤러리는 서울과 도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일본의 아트 갤러리예요. 니이미 히로키는 버려진 로고와 캐릭터를 소환해 소비사회의 아이러니를 드러내는 작업을 하는데요. 연작 정크로봇 Junk Robot은 한때 인기를 누렸지만, 지금은 그저 지나간 유물로 여겨지는 로봇 캐릭터를 등장시켜 소비되고 남겨진 것들을 역할과 의미를 다시 정의해요. 이번 전시에는 함께 연작 네이처 Nature를 공개하는데요. 그중 한 작품은 88장의 그림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숫자 8은 일본에서 생명과 부활을 의미해 가장 좋은 숫자로 대접받죠. 하와이 마우이섬 산불 피해가 하루빨리 복구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쓸모가 없어진 만화 속 배경으로 88개 숲이 탄생했어요. 일회성으로 소비된 뒤 사라지는 존재들의 멋진 부활이죠.

주소|서울 강남구 압구정로46길 17 SH 갤러리
일정|11. 4~11. 29 


 

❻

<Soft Fascination>

 

이미지 출처: @ganaart__official


인도 출신의 소우먀 네트라바일리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 열려요. 신작도 최초로 선보입니다. 작가는 매일 숲을 산책하며 마주한 일상적인 장면과 기억에서 받은 영감에 상상력을 더해 그림을 그려요. 풍경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기보다는 그 속에서 경험한 특정 순간을 감각적으로 포착해 섬세히 내보이죠. 다양한 식물이 어지러이 얽혀있는 풍경에 빛이 들고 바람이 부는 것 같습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집중된 공간에 앉아 무언가를 바라보며 몰입한 경험을 이야기하고자 해요. 땅을 파고 벌레와 작은 동물들을 찾으며 행복을 느끼는 작가는 시간을 들여 바라보지 않으면 지극히 평범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죠. 전시 제목 ‘부드러운 매혹 Soft Fascination’ 은 휴식하는 동안 정신적으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활동을 말해요. 자연을 거닐거나 파도를 바라보는 일처럼요. 전시는 고된 일상에 지친 모두에게 숲속을 걷는 부드러운 매혹을 선사합니다.

주소|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91 고메이 494 한남 #103 가나아트
일정|10. 13~11. 12

에디터 김래은
Tag
전시
아티스트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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